2023년 8월 4일 금요일

중국화 하는 일본 / 요나하 준

 

중국화 하는 일본 / 요나하 준

 

원서 초판은 2011년 여름 동일본대지진 직후 출간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일본 역사에 남는 참사였으며, 잃어버린 20년의 방점이기도 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사회는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망가졌나?”를 분석하는 책들이(?) 범람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저자는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기 이전에 이미 일본 사회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2011년 중국과 일본의 GDP 역전, 한국과 PPP 역전 등) 이건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은 아니고, 자민당과 민주당의 정권교체가 있었던 시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잃어버린 20년 후 망가진 일본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는 여러가지 설명이 있었다.

 

저자는 중국화하는 일본으로 현실을 진단했는데, 여기서 중국화란 현재의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송나라를 말한다. 송나라는 당나라까지의 중국들과는 완전히 다른 혁명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어째서인지 일본은 당나라까지는 의식적으로 중국을 모방해왔으나, 송나라부터 중국의 근세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마쿠라~전국시대에 끝에 에도시대라는 전혀 다른 근세를 맞이하였다.

 

저자는 송나라 시스템(사회체제)가 오늘날의 중국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며, 일본 역시 에도시대의 사회체제가 현재 일본까지 이어지고 있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이유로 일본의 근세(에도시대 시스템)이 종언에 이르렀고, 일본사회는 송나라 이후의 중국 근대(i.e. 송나라)화 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011년 현재 (책의 출판시점) 일본뿐 아니라 세계는 중국(송나라)를 닮아가고 있는 중이다.

 

중국화(송나라화)란 무엇인가?

송나라는 귀족제도를 전폐하고 황제 전제 정치를 시작했다. 경제와 사회를 철저하게 자유화하는 대신 정치 질서는 일극 지배에 의해 유지한다. 황제의 최고존엄만 인정하면 이 외는 자유롭다. 신분제나 세습제가 철폐된 사회에서는 누구나 이동, 영업,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갖는다. 과거를 통해 지배층으로 상승하는 문호도 개방했다. 과거시험은 남자는 누구나 볼 수 있다.

국가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나 결과의 평등은 없다. 기회 평등 후 자유 경쟁을 통해서 이 경쟁에서 승리하면 사회는 막대한 보상을 준다. 하지만 실패를 위해서 사회안전망도 만들어 놓았다. 바로 부계 혈통 네트워크다. 아버지의 선조가 동일하다면 동족으로 보고 실패한 사람을 서로 돕는다. 이준석류가 생각하는 공정 역시 송나라화.

 

저자가 말하는 중국화는 패권의 본질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 역시 미국이라는 최고존엄을 거부할 자유는 허락하지 않지만, 미국 패권 질서 내에서 각 국가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발전할 기회를 제공한다.

 

성경 창세기도 비슷하다. 선악과를 먹지 않으면, (여호와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 사실만 인정하면 에덴동산에서 인간은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송나라 = 중국 문명의 본질

가능한 한 고정된 집단을 만들지 말고 자본과 사람의 유동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한편, 보편주의적인 이념에 기초한 정치의 도덕화와 행정권력의 일원화를 통하여 시스템의 폭주를 제어하려 고 하는 사회

 

1.     권위와 권력의 일치: 황제가 명목상의 권위자 + 정치적 실권 장악

2.     정치와 도덕의 일체화: 정치적인 정당성 = 도덕적인 정당성

3.     지위의 일관성의 상승: 과거 = 덕의 높이

4.     시장을 기초로 한 질서의 유동화: 농촌공동체 해체. 상공업자가 이익을 추구하며 돌아다니는 유목민(nomad)적 세계

5.     인간관계의 네트워크화: 넓고 얕은 인적관계가 우선

 

중국식 근세 세계관을 부정한 가마쿠라 무사들에게서 시작된 에도시대는 근세 중국과 정반대

1.     권위와 권력의 분리: 천황, 명목상 권위자와 실권자 별도

2.     정치와 도덕의 일체화: 이권 자체가 정치의 주요 기능

3.     지위의 일관성 저하

4.     농촌 모델 질서의 정태화

5.     인간관계의 공동체화

 

일본은 글로벌 스탠다드 송나라화를 거부했다.

 

일본

일본은 645년 다이카 개신 후 중국을 모방하여 율령 도입하는 등 당나라 모델까지 열심히 중국을 배꼈다. 그러나 일본은 송나라 시스템은 모방하지 못했다. 과거제 도입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

 

과거는 전 국민에게서 지원자를 모집하는 시험제도이기 대문에 시험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교과서, 참고서의 대량 인쇄가 가능해야 하고, 광범위한 유통망도 필요하다. 의욕과 재능이 있으면 누구나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적, 인적,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만들어져 있어야)

 

과거제 도입은 개혁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종이와 인쇄기술이 가능했는데, 천년전에 전세계에서 이걸 할 수 있는 나라는 송나라뿐이었다. 종이가 귀하고 인쇄기술조차 없었던 동시대의 일본에서는 통치기관 내부에서 상류계급의 집안끼리 직위를 나누어 가지고, 집안 내에서 후계자를 육성하는 교육 시스템에 의존하여 관료를 채용했다.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

 

16세기 세계와 중국

미국 같은 이민(인공)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속의 어떤 지역이라도 16세기에 만들어진 사회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일본은 에도시대, 중국은 명이후 청나라, 유럽은 종교전쟁을 수습한 베스트팔렌체제가 지금까지 맥락을 함께 하고 있는 것. 한국은 조선 ㅋㅋ

 

왜 이렇게 됐냐면 세계가 은의 대행진에 따른 부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명나라에 은을 가져가면 무엇이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은이 명나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갔다. 라틴아메리카~유럽~일본의 은이 명나라로 들어가고, 명나라에서 비단, 면포, 도자기, 향료, 약초 등 엄청난 고급품이 유통되었다.

 

은의 대행진으로 유럽은 노예무역을 했고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등등.

 

중국화하지 못한 일본은 봉건제, 재에도시대화의 힘으로 발전했다. 저자는 중국화를 역사의 필연으로 보고 있으며, 일본도 이제 중국화할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일본은 중국대륙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풍요롭웠지만 기괴한 사회로 발전했다.  

 

중국은 인류사상 최초로 신분제를 폐지한 나라고, 전근대에는 세계 부의 대부분을 독점한 선진국이었다.

 

한편 유럽이 근대에 들어 법의 지배나 기본적인 인권, 의회제 민주주의 등을 발전시켰다. 서양형 근대사회를 지탱하는 인프라이자 비교우위. 즉 법의 지배나 인권 의회제 민주주의 등은 모두 중세 귀족의 기득권이었다. 유럽형의 근대화란 귀족의 기득권을 하위 신분과 나눠 가진 과정에 불과하다. 유산자에서 평민 남성으로 다시 여성으로 점점 확대. 신분제라는 뒤처진 시대에 태어난 특권이 현재 인권 개념의 기초다.

 

일본은 근세에 귀족이 절멸했다는 점에서 서구보다 중국에 가깝다.

(. 근세 다이묘의 성곽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고 국가의 공적 건축이었다. 서양의 귀족과 비교하여 근세 일본의 다이묘나 무사는 기본적 인권의 최대 기초가 되어야 할 재산권이 약했다.)

 

3/11재해(동일본대지진)으로 직장과 주거를 잃어버린 사람들, 헤이세이 장기 불황하에서 정규고용이 되지 못한 청년층의 증가는 사회보장의 빈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고이즈미 수상 이후 중국화 가속. 덕치주의의 전통이 강했던 중화세계의 정치양식. 정국이 정책 논쟁보다 스캔들 공격에 의해서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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