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일 금요일

슈퍼스타 손흥민.

어제의 손흥민을 보니 2009년 WBC 결승전의 이치로가 생각났다. 


타격기계 이치로는 10년간 MLB를 성실하게 씹어먹고 있었지만, 어어째서인지 2009년 WBC 타석에서는 부진을 계속했다. 잇단 실언을 한 한국인들에게는 물론, 일본 현지에서도 WBC의 이치로를 두고 험악한 여론이 형성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치로는 결승전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마치 그동안의 타격 침묵이 이 순간을 위한 복선이었다는 듯이 임창용의 뱀직구를 멋지게 쳐내며, 일본에 우승을 안겼다. 


슈퍼스타란 무엇일까? 


가장 많은 득점과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해주는 사람? 2009년 결승전 이치로는 나에게 슈퍼스타가 무엇인지 알려줬다. 슈퍼스타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많은 중압감과 부담을 갖고서 가장 중요한 한 방을 해 내는 사람이다. 


어젯밤 후반 45분이 지난 시각. 


손흥민은 골문 앞으로 미친듯이 질주했다. 그의 드리블을 따라 재빠르게 포르투갈 수비수는 엉겨붙었다. 어느새 그 수비수 4명이 그를 애워쌌지만 손흥민은 차분히 8명의 다리사이를 통과해, 같이 달려오던 황희찬의 앞으로 패스했다. 


손흥민의 공이 조금 늦었으면, 황희찬의 업사이드, 손흥민의 공의 강도가 세거나 약했으면 패스미스, 방향이 한치라도 틀어졌으면 인의 장막을 쳤던 수비수 다리 8개 어디라도 걸렸으리라. 


다행히 우리가 모두 목도했다시피 손흥민은 그러지 않았고, 황희찬에게 자로 잰듯한 패스를 선사했다. 


손흥민은 안면부상으로 카타르 내내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미급한 대중은 "흥민이는 월드 크라스가 아닙니다."라는 그의 아버지 손웅정옹의 짤을 돌리며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왜 그간의 부진과 부상에도, 감독이 손흥민을 선발출장시켰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왜냐면 손흥민은 슈퍼스타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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