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이사한지도 어언 3년이 지났다.
신혼집에서 와이프가 거지 같은 쇼파를 사와서 이사하면서 버렸다.
그리고 새 집에 놓을 새 쇼파를 보러 다녔다.
기왕 사려면 제대로 된 쇼파를 사자고 해서 쇼파 공부도 하고 가죽공부도 하고...
그때 재밌었는데..ㅋㅋㅋ 아무튼
분당 어디선가 감마 쇼파를 찾았다.
물론 감마쇼파도 여러가지 등급이 있겠는데, 내가 찾은건 우리 거실에 놓기에는 약간 커보였지만 가죽의 상태나 색깔 디자인 모든 것에서 마음에 들었다.
판매자는 내가 2달 넘게 쇼파를 공부했으며, 주말마다 와이프와 쇼파 매장을 돌고 있고, 어떤 것이 됐든 쇼파를 살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쇼파가 마음에 든다는 것을 알았다.
감마 쇼파의 상위라인은 가죽이 상당히 좋다.
다른 가죽 쇼파가 수 많은 무두질을 통해 소가죽을 넓게 펴는 것에 반해 감마는 무두질을 최소한으로 해 보통 쇼파보다 3-4배 두꺼운 천연가죽을 사용한다.
짙은 애머랄드 빛 계열의 야리꾸리한 쇼파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자.
판매자가 말했다.
"1500까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은 8할 넘어왔다. 그리고 판매자 역시 나의 마음을 읽었다. 판매자는 평생 가구 판매만 해왔던 사람일텐데, 태어나서 처음 쇼파 사러온 나의 마음을 간파하기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이였겠지.
그리고 1500은 부담스러워하는 나의 마음 역시도 놈은 읽었다.
놈은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객의 마음에 쐐기를 박을 회심의 일격, 세일즈맨 평생의 비기, 마지막 필살기!!
"사장님.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1500 커보이지만 한 쇼파 10년 쓰신다고 보고, 감마쇼파는 질이 좋아서 관리만 잘하시면 20년도 쓰실 수 있습니다. 그럼 매달 5-10만원씩 낸다고 생각하시면 되는 거에요."
라고 나에게 말했다. 정신이 번뜩든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에게 1500을 내라고 하면 고려해보겠지만, 1-20년간 매달 5-10만원을 내라고 하면 너무 큰 돈입니다. 앞으로는 손님에게 그런 논리는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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