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이현 사바에시.
전 세계 안경의 20%, 일본제 안경의 97%가
이 인구 7만의 소도시에서 생산된다. 사바에는 원래 겨울에는
먹을 것조차 변변치 못했던 가난한 시골 마을이었다. 청일전쟁(1894년) 직 후 일본경제는 극심한 불황을 겪는데, 가뜩이나 어려운 사바에의
경제는 개막장이된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했던가? 마스나가 고자에몽(당시 28세, 교육자겸
부잣집 아들)은 고향의 빈궁함을 목도하고, “사바에도 농업만으로는
만성적인 빈곤을 벗어 날 수 없다. 우리 마을에도 모노츠쿠리(物作り, 제조업)를 해야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땅을 팔아 오사카의 안경장인을 모신다. 그리고
동네 젊은이들에게 안경 만들기를 가르친다. 고종이 아관파천을 단행한
1896~1897년의 일이다.
1905년 마스나가는
안경 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안경 제작을 시작한다. 20세기초까지만 해도 동경산 안경 1류, 오사카산 2류, 후쿠이산 3류이었지만, 품질제일주의를
바탕으로 공정 개선(a.k.a. 분업화, 원래 이때 안경은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었는데, 공정을 module화함. 도요타가 따로없네 ㅋㅋ), 안경 소재(셀룰로이드 제작, 가공법)에
대한 혁신으로 1930년 후쿠이현은 일본 내 최대 안경산지로 거듭난다.
1935년 덴노(a.k.a. 천왕,일왕)의 진상품을 만들며, 마침내 일본 안경 챔피언이 된다.
일본제 안경에도 위기는 있었다. 바로 80년대 값싼
중국산 안경의 공습이었다. 중국산의 제조원가는 일본산의 100분의 1에 불과했다. 일본 제조업 전체가 엔고의 파고를 견뎌내야 했는데, 제조 공정이 200개나 되는 노동집약적인 안경 산업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일본 안경 산업은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한다.
사바에의 안경회사들은 “협회”를 만들고 이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중지를 모은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협력과 고급화였다.
(흠... 당연한 얘긴데…. 이걸 성공했다는
것이 사바에의 위대함이겠지?)
그 결과가 바로 1981년 일본이 내놓은 세계최초의 티타늄 안경이었다. 이건 좀 엄청난 일이었다. 티타늄은 꿈의 소재였다. 티타늄의 장점을 설명하자면, 철보다 2배 강하고, 무게는 절반 이하로 가볍다. 녹도 슬지 않으며 은빛에다 광택까지 나고, 철과는 달리 자석에 붙지
않으며, 탄성도 우수하고, 열·전기 전도도가 낮고 인체에도 무해하다. 다만 다른 금속과 달리 제련, 합금, 절삭 과정에 매우 까다로워 꿈의 소재로만 남아있었다. (굳이 설명을 더 하자면, 한국기술로 티타늄 제련을 처음 성공한
건 2009년의 일이다.)
일본 안경회사들은 티타늄 안경으로 3가지를 손에 넣었다.
(1)티타늄
안경은 가볍고, 튼튼하고, 탄성이 좋아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고급으로 인식되었고 (처음에 스텐레스 안경쓰다가 타타늄 쓰면 고급감이 상당하다.)
(2)다른
금속으로는 내구성 등의 문제로 불가능한 디자인이 가능해짐으로써, 안경 디자인의 범위가 넓어짐
(3)티타늄
안경을 만들며 익힌, 티타늄 제련,합금,가공 기술로 다른 분야에 응용이 가능했다. (의료,산업용기구)
사바에는 지금도 세계 최고 안경 산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후쿠이현의 안경 산업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후쿠이현은 일본의 북유럽이라고 불리며,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일단 끝.
현재 사바에에서 생산하는 안경은 크게 3종류다.
1. 일본
전통 하우스 브랜드 (창립연도)
- 마스나가를
필두로 일본 안경산업의 태동과 발전을 함께한 브랜드들
e.g. Masunaga (1905), Kamemannen (1917),
Mizushima(1941), Kaneko (1958), 후쿠이안경산업 (1966), Matsuda (1967), Hakusan (1975) 등
2. 유럽(미국) 브랜드 OEM/ODM
- 토탈명품브랜드는 Italy에 보통 OEM을 주는데,
“우린 안경 메이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면 일본에
OEM을 준다.Luxottica의 최고급 Line은
일본에서 만든다.
e.g. 올리버피플스/바톤페레리아/스텐시라마스/타르트옵티칼/크롬하츠 등
3. 신생
하우스 브랜드
- Masunaga의 직원(장인)들이 나와 차린 안경회사만 12개다. 그런 전통은 지금도 계속 되고있다. 실력있는 장인들과 감각적인 젊은 디자이너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한다. 그리고
시장은 이들을 지지해 준다. 심지어 이들은 일본 전통 브랜드보다 비싸게 팔린다. 브랜드만 남은, 박제가 되버린 명품이 아니라, 지금도 일본 안경산업은 펄떡펄떡 살아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세포분열.
e.g. Yellow plus (2001), Sugimoto kei
(2007), Yuichi Toyama (2009), Steady (2011) 등
끝.
덧1. 마스나가의 연 매출은 300억원 종업원수 170 명이다. 마스나가가 소재부터 디자인 파츠 생산까지 모두 해
내는 몇 안 되는 대형 안경사인데도 그렇다. 생각보다 영세하다. 가장
큰 회사가 이 정도다. 이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과 별개로 후쿠이 모델이 일반화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덧2. 티타늄 안경을 처음 만든 것은 일본이었지만, 이를
브랜드화 한 건 북유럽 회사들이었다. 이들은 아주 심플하고 얇고 가벼운안경을 제작한다. 보통 나사도 쓰지 않고 티타늄을 꼬고 걸어서 렌즈를 고정한다. 처음
썼을 때는 착용감이 일품이나, 얼굴 위에서 balance 잡기가
어렵고(얼굴위에서 잘 흘러내리고, 운동할때 쓰기 어려움) 외부의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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