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금요일

비둘기집의 원리와 서울 아파트

 

비둘기집의 원리와 서울 아파트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법칙이 있다. 바로 비둘기집의 원리.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비둘기집)에 살아야 하는 가구(비둘기)의 수는 정해져 있고, 비둘기는 무조건 어느 한 집에는 들어가야 한다.

 

Key Findings

#1. 점거의 형태는 본질이 아니다: 매매·전세·월세의 동행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서울 시민이 월세로 살든, 전세로 살든, 자가로 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는 단지 점거의 형태일 뿐이다.

정치 논리나 단기 처방으로 다주택자를 규제해 시장에 매물을 출회시키면, ‘매매가는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총수요와 총공급의 법칙에 의해 매매, 전세, 월세 가격은 궁극적으로 같은 방향(우상향 또는 우하향)으로 움직인다. 임대차 시장과 매매 시장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다 연결되어 있다.

 

#2. 부동산은 수입할 수 없다: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 순위'

모든 집은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부동산(不動産)'이다. 외국이나 타 지역에서 남는 집을 서울로 수입해 올 수 없다. 그러므로 서울의 집값은 오직 '서울 거주민의 구매력(소득 수준)'에 의해 결정되며, 서울 내 아파트 간의 '상대평가'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며, 그 순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아파트 자체의 절대적인 품질이나 면적은 가격의 본질이 아니다.

 

현재 서울시에는 약 181만 채의 아파트가 있다. 이 아파트들을 한 줄로 세웠을 때, 상위 1%에 해당하는 아파트는 약 1.8만 채다. 1.8만 채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서울에서 소득/자산 순위 1.8만 등 안에 드는 가구의 경제력'이지, 그 아파트의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입지나 연식에 따라 아파트 간의 상대적 순위는 계속 바뀌겠지만, 언제나 서울 상위 1% 아파트의 가격은 서울 시민 상위 1%의 경제력이 결정한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비로소 시장의 다음의 현상들이 설명된다.

 

  • 반포 국민평형(전용 84) 60억 원인 이유 한국의 국민평형 기준이 84㎡가 아니라 59㎡였어도 반포 아파트의 가격은 60억 원이었을 것이고, 반대로 141㎡였어도 60억 원이었을 것이다. 한강 조망, 신축 프리미엄, 최고급 커뮤니티, 슬세권 같은 요소들은 반포 아파트의 '상대적 순위'를 최상위권으로 올려놓았을 뿐이다. 그 순위가 결정된 후, 대한민국 최상위 가구가 그 순위에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느냐(구매력) 60억이라는 가격을 만든 본질이다.

 

  • 비핵심지 아파트가 15억 원인 이유 과거 박원순 시장 시절 대대적인 재건축을 허용해 서울의 모든 아파트가 일제히 신축으로 탈바꿈했더라도, 지금 15억 원짜리 아파트는 여전히 15억 원이었을 것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격이 아니라, 그 돈을 내고 사는 시민들의 '주거의 질'이 훨씬 업그레이드되었을 것이라는 점뿐이다.

 

  • 글로벌 주택 시장 다 그럼 홍콩의 몸만 누울 수 있는 단칸방이 수십억 원을 호가하고, 그 돈이면 미국 외곽의 대저택을 살 수 있는 이유도 같다. 주택의 절대적 품질이 아니라, 그 도시(공간)가 가진 희소성과 그곳에 진입하려는 비둘기들의 경제력 차이 때문이다.

 

 

문제 제기: 정작 아무도 하지 않는 질문

모든 이들이 '집값의 등락'에만 매몰되어 정작 가장 중요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정치인도, 수요자도 마찬가지다.

 

"과연 이 돈을 내고 이 좁은 집에 사는 것이 정상인가?"

 

서울이 글로벌 탑티어 메트로폴리탄이고, 1인당 GDP 4만 달러를 넘어서는 부유한 도시라면, 그 시민들은 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걸맞은 주거 환경을 누려야 한다. 즉 그런 도시의 아파트의 가격은 품질과 무관하게 비싸다. 글로벌 메트로폴리탄 서울 아파트는 본질적으로 비쌀 수 밖에 없으며, 문제는 같은 값이 퀄리티가 좋아지느냐 나빠지느냐만 남는다.

 

우리는 왜 1인당 GNP가 고작 400달러였던 1973년에 정해진 기준(전용 84) 2026년 현재까지 '국민평형'이라 부르며 신성시하고 있는가?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GDP 100배가 커졌다. 1973년에는 냉장고 보급률이 4%, 세탁기 보급률이 0.1%에 불과했다.

 

, 가전제품을 놓을 공간조차 고려되지 않은 50년 전 기준의 84㎡ 공간에, 우리는 온갖 현대식 가전(양문형 냉장고, 김치 냉장고, 워시타워, 에어프라이어, 로봇청소기, 대형 TV )을 쑤셔 넣고 닭장처럼 좁게 살고 있다.

 

결론: 진정한 주거 복지란 무엇인가?

 

최고의 교육 복지가 단순히 '대학 등록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교육 기회를 보편적으로 누리게 하는 것'이듯, 주거 복지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의 주거 복지는 '억지로 억누른 싼 집'이 아니라, 서울 시민의 소득 수준과 시대 변화에 걸맞은 '넓고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다. 어차피 건설사의 공사비(BEP)만 넘어가면, 그 이상의 가격은 전부 수요자들끼리의 '상대평가' '줄세우기' 게임일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신의 은총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고, 비둘기(시민)들의 소득도 늘었다. 소득이 높아지면 더 넓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1위부터 100위까지의 모든 집값이 함께 오르며, 특히 상위권 집값은 구매력 집중으로 인해 더 가파르게 오른다.

 

가격은 머리에서 잊어라. 어차피 비싸다. 어차피 같은 가격이라면 넓고 GDP 4만불에 걸맞는 넓고 웅장한 집에 살아야할 권리가. 서울시민에게는 있다. 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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